[ 겹겹이/ layers ]
우리가 마주하는 것들은 풍경의 대상이며 자연의 모습이나 인간이 활동하고 생활하는 영역이 표현된 공간이다. 기억은 언제나 생활영역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왔으며, 인간의 심리상태와 직관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풍경은 시각적 이미지의 재현과 주관적 기억의 왜곡으로 묘사되어진다. 그래서 때로는 익숙했던 풍경이 낯설고 새로운 공간으로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이러한 맥락으로 이정민은 단순한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내적으로 자각하는 공간과 심리상태들을 표면위에 겹겹이 쌓아 표현한다. 특히 작가가 기록하던 시간의 흐름 속 풍경들과 심리적 상태가 상호작용 되어 보여지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복합적인 감정과 여러가지 요소들을 함축시켜 보여준다.
작가가 경험하고 느끼는 심리적 감정들은 기록되어 공간이라는 존재를 통해 표현되며, 회화에서 보여지는 불분명하고 모호한 형태의 이미지들은 실재와 오류가 중첩되어 표현된다. 여기에는 생명력이 존재하며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안겨준다.
“ 파악되지 못한 채 잠겨있던 외부세계는 감각과 경험으로 가시적인 세계로 서서히 떠오른다. 잠겨 있던 세계를 건져올리는 과정에서 우리가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것들은 어떻게 지나가고 어떻게 기억될까. 시지각이 정보와 자극들을 지각하고 기억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오류가 생겨난다. 나의 작업은 이러한 오류들을 쌓아 올리고 겹치고 또 없애기도 한다. 특히 내가 본 대상들을 시, 메모, 영상, 사진 등으로 남겨 기억하고 여기에 상상력을 더해 각기 다르게 상기되는 이미지를 그렸다 지웠다 덮었다 반복하는 행위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한다. 감각과 사람들, 계절, 그리고 시간 등의 여러 변화를 회화적으로 한 화면에 함축하는 방법을 탐구하며 회화의 시간성, 운동성에 대해 고민하고 표현한다.” -이정민 작업노트 중-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것들을 마주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기억의 잔상을 이용하여 이미지의 왜곡을 불러 일으켜 평면위에 공간감과 시간감을 부여한 것이다. 작가는 기억에 의존하여 기존 이미지의 해체와 덧댐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환경의 형태를 보여주며 동시에 생태학적 관찰을 통해 자연의 변화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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